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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ITY

이성낙 박사 칼럼

이성낙 박사 칼럼

두려움보다는 친근감마저 주는 ‘거대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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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림과 드로잉 및 조각품 등을 통해 각 장르의 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경쟁적으로 그녀의 작품을 전시해 왔다. 부르주아의 명성은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1999년 황금사자상을 수상함으로써 정점에 이르렀다.

 

작가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다 2010 5 31 98세를 일기로 뉴욕에서 생을 마감했다. 부르주아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주요 언론은 그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다시 한 번 조명했다. 그 때마다 예외 없이 거론된 작품이 그녀가 1997년에 완성한 대형 철 조각품 마망(Maman, 엄마)였다.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하면 거대한 거미 형상이 마망이 먼저 떠오르고, 그런 작가에게 ‘Spiderwoman’ 이라는 별명이 붙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루이즈 부르주아처럼 한 작가의 작품 세계에 접근하기 위해 그 작가의 삶을 자세히 알아야 할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폭군적인 아버지의 가정 폭력을 겪으며 외롭고 고달픈 유년기를 보냈다. 게다가 자신의 영어 지도 교사와 아버지 간의 부적적한 관계를 알게 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기까지 했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끝내 용서 못할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아버지에 대한 실망이 큰 만큼 작가가 20대 초반 때 사별한 어머니에 대한 동정과 그리움은 집착에 가까운 강한 코드가 되어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에 투영된다. 그녀가 고백 예술(Confessional art)의 창시자로 불리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1930년 파리 소르본(Sorbonne) 대학에서 수학을 배우며 기하학에 몰두하던 부르주아는 1932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전공이던 수학을 포기하고 미술로 눈을 돌린다. 이 때 그녀는 페르낭 레제(Ferdinand Le’ger)를 만남으로써 조각 예술에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된다. 1938년 미국의 미술사학자 로버트 골드워터(Robert Goldwater)와 결혼해 뉴욕으로 건너간 부르주아는 주로 조각가로 활동하면서 화가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미국 캔자스시티의 켐퍼 현대 미술관(Kemper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 전시한 마망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면서 일약 대가의 반열에 오른다. 그 후 잇따라 세계 곳곳에서 전신된 마망으로 인해 그녀에게는 ‘Spiderwoman’ 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필자가 마망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도쿄 롯폰기 힐스의 모리 미술관에서였다. 거미를 형상화한 부르주아의 그 대형 조각품을 보는 순간 나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미술 관련 책자나 다른 매체에서 보던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10미터 가까운 높이의 조형물이 뿜어내는 리얼한 작품성에 매료된 것이다. 전해지는 강한 메시지 그 자체도 큰 놀라움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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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거미'  '마망'(9.27m X 8.97m X 10.23m)이 '새끼 거미'의 첫 걸음마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몸체보다 훨씬 긴 다리로 움직이는 거미라는 곤충은 아마도 많은 사람에게 친근감보다는 혐오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비록 생명력 없는 철 구조물이기는 하지만 긴 다리로 흐늘거리며 불안하게 움직이는 마망밑을 무표정하게 거니는 행인들의 모습에서 공포나 혐오스러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필자는 그 사실이 왠지 예사롭지 않았다. 고정된 조형물인데다 실물의 크기를 극대화함으로써 거미라는 곤충의 혐오성을 제거하고 친화성을 높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암컷 거미가 임신 중이기라도 한 듯 몸조심하는 모습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과 포근함이 표출되었기 때문인 듯 싶다.

 

특히 2006년 서울 리움(Leeum) 삼성미술관 야외 전시장에 설치된 거대한 크기의 새끼 거미를 앞세운 엄마 거미가 다정하게 서 있다. 그 모습에서도 작가의 끊임없는 어머니 생각을 읽을 수 있다.

 

_이성낙 ·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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